알고 입으면 더 가치 있어지는 정통 예복 이야기. 그동안 이름조차 잘못 알기 쉬웠던 턱시도용 액세서리, 커머번드는 생각보다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커머번드는 부드러운 천을 주름잡아 넓게 만든 새시 벨트(sash belt)의 일종이다. 서남아시아에서 통용하는 남성용 소품으로, 유래지인 인도에서는 ‘웨이스트 레이싱(waist lacing)’이라 부른다. 인도 남성들은 터번과 같은 천을 허리에 두르는 것으로 장식을 대신하곤 하는데,이것을 식민지 시절 인도를 찾은 영국 군인들이 유럽으로 전파시킨 것을 시작으로 시간이 흘러 오늘날의 커머번드가 완성됐다. 

영국 신사들은 풍성하고 멋스럽게 핀턱(pintuck, 핀처럼 좁게 걸어 잡아 박는 블라우스나 드레스의 장식 기법) 처리한 실크 소재 새시 벨트를 허리에 두르고, 스트랩이나 버클(최근엔 벨크로) 등으로 고정해 슈트 스타일링을 완성했다. 이로써 커머번드는 클래식 슈트의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

허리에 두르는 소품이라고 해서 커머번드를 벨트 대용이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본래 커머번드는 공식적이고 전통적인 자리의 슈트 룩에서 베스트를 대신하는 아이템이었다. 셔츠를 팬츠 안으로 넣어 입는 남성들의 경우 움직일 때마다 셔츠가 삐져나와 지저분해 보이기 일쑤인데, 이 부분을 커머번드로 가려 셔츠와 팬츠 사이 매무새를 단정해 보이도록 한 것이다. 

초창기에는 베스트와 커머번드를 모두 착용했지만, 제2차세계대전 이후에는 둘 중 하나만 선택하기도 했다. 이때부터 커머번드는 좀 더 차려입은 신사의 모습을 상징하게 됐다. 

또 벨트나 서스펜더처럼 팬츠가 흘러내리지 않도록 잡아주기 위해 착용하는 아이템이 아닌, 전적으로 깔끔해 보이기 위해 착용하는 아이템이기에 커머번드를 착용한 상태에서 서스펜더를 추가하기도 한다.

커머번드의 컬러는 보통 블랙이다. 보타이와 맞춰 코디네이션하면 좋다. 그렇다고 매번 블랙만 선택할 이유는 없다. 버건디 컬러 커머번드도 인기가 많다. 커머번드와 보타이를 매치한 슈트 스타일은 유럽이나 미국의 파티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쉬운 스타일링 사례가 궁금하다면 영화 ‘007시리즈’를 찾아보자. 제대로 된 남성 슈트 룩을 선보이는 제임스 본드는 멋을 아는 남성의 대표 자격이 충분하니 말이다.

유럽의 귀족 사회에서는 격식 있는 자리라면 나이 상관없이 모두 커머번드를 착용한다. 이것이 제대로 된 슈트 문화라 할 정도로 남성들의 패션 룰이 까다로운 편이다. 결혼을 앞둔 예비 신랑이라면 여기서 스타일링 힌트를 얻어보자. 예식 당일은 물론 리허설 촬영 때도 이러한 정통 예복 룰에 따라 커머번드를 착용하는 것이다. 

한 끗 차이로 남들과 다른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커머번드는 소재와 스타일, 착용 매너에 따라 멋스러운 젠틀맨을 만들기도 하고, 자칫 웨이터처럼 보이게 할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